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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2023년 한 해, “변리사시험”을 위한 강의와 교재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설렘과 열정은 2015년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강의를 통해 9년간 연구하고 집필, 출제해 온 민사법의 분량과 깊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사실 처음에는 ‘변리사시험을 위한 내용은 변호사시험 내용 안에 온전히 포함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변리사시험 기출문제 분석이 점점 깊어질수록, 단순한 포함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두 시험의 톤앤매너 차이를 여실히 느꼈습니다. 설령 제가 변호사시험 민사법에 도가 튼 사람이라 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여기에 써야겠다’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오로지 ‘변리사시험’만을 위한, 변리사시험 민법개론 과목의 틀린 문제 수가 0~3개이기 위한 강의는 어떠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의 최종 결과에 걸맞은 강의를 구상하면서, 바로 본서 「변리사 민법의 정석」을 집필하였습니다.
변리사시험 준비생 중 법학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는 25개 대학 학부에서 ‘법대’가 없어지던 2015년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생들을 위한 민법 ‘입문’ 강의로 시작하여 1, 2년 만에 가장 많은 호응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엿한 법조인이 되었지만, 당시 제 민법 수업을 너무나 흥미롭게 듣던 법학 초심자들의 눈빛들은 지금까지도 제 열정의 동력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법조인이라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학부 전공은 실로 다양했습니다. 어쩌다 대화를 나누게 되면 “제가 법학을 처음 접해봐서…”, “저는 이공계라서…” 등 당시에는 하나같이 ‘저는 법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를 내세웠지만, 그들은 어느새 법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지점입니다. 누구나 법학을 잘할 수 있고, 누구나 민법을 잘할 수 있다. 제가 드리고 싶었던 메시지였습니다.
누구나 법학을 잘할 수 있고, 법학 시험을 잘 볼 수 있기 위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법학의 ‘재미’입니다. 수업시간에 최신 밈을 이용하거나 다른 이야깃거리를 전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제가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수학과도 같은 ‘법적 논리의 전개’가 주는 흥미와 쾌감, 쉽게 이해하며 기초 내용을 쌓아갔을 뿐인데 뒤돌아보니 만들어져 있는 프레임의 발견, 글로 배운 내용을 실제의 사건·사례에 써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의 보람 같은 것입니다. 저는 객관식 점수 향상에 도움이 되는 한도에서, 강의에서 이러한 도구들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이해와 암기의 효과를 매우 높인다는 사실을 수없이 검증해왔기 때문입니다. 변리사시험 강의에서도 ‘쉽고 재미있는’ 민법 강의를 통해 시험 합격의 최고 효율을 추구하려 합니다.
변리사 수험서로서 본서만의 특징, 활용법
수년 전 변호사시험 교재를 집필할 때처럼, 본서가 변리사시험을 위한 최고의 수험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필하였고, 이는 다음과 같은 본서만의 특징들로 반영되었습니다.
첫째, 객관식 지문에 출제되는 판례 ‘원문(原文)’을 그대로 기재했습니다.
객관식 시험 지문의 80~90%를 차지하는 대법원 판례는, 사례형 문제 중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문’을 조금도 변형하지 않고 판례의 표현과 ‘완전히 동일하게’ 출제됩니다. 물론 어떤 판례를 처음 이해하고 외우는 과정에서는 압축·요약한 메모가 필요할 수 있지만, 결국 시험에서 만나 순간적 판단을 해야 할 객관식 지문은 원칙적으로 판결문 원문을 다른 단어나 표현으로 변형해서 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수험생은 평소의 판례 학습 자체를 반드시 ‘원문’의 표현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만약 자신이 분명히 알고 있는 판례라고 생각했는데 객관식 문제로 만나서 알아보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것은 너무 변형되거나 요약된 문장만을 보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둘째, 판례 전체를 실으면서도 객관식 지문이 될 핵심 문장·키워드를 볼드체로 강조했습니다.
모든 문장을 갖춘 판례의 경우, 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통상 객관식 시험에는 ‘전제상황’은 A, B, 또는 A+B로 출제되고 그 ‘결론’으로 D 또는 not D 여부를 정오 판단의 핵심으로 출제합니다. 그리고 판례에 따라서는 위 구조에 더하여 ‘동일한 B 쟁점에 대해서 만일 A가 아니라 E라는 상황이면 F라는 논거에 따라 G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진다는 점을 비교·대조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험생은 객관식 정답을 맞히기 위해 시험에 직접 출제될 결론인 D나 G 여부를 숙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위와 같은 구조 자체, 가령 상황이나 논거라는 인과성 학습, 두 가지 각 상황의 비교·대조 학습 등을 함으로써, 결론에 대한 이해나 암기의 효율도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본서는 위와 같은 구조 자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판례의 문장 전문을 실으면서도, 결론적으로 꼭 이해 또는 암기해야 할 핵심 문장의 키워드를 빠짐없이 볼드체로 강조하는 편집을 하여 학습 효과를 최고조로 이끌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판례 ‘전문’이 실리면 교재가 있는데도 굳이 판례를 다시 ‘검색’해야 하는 학습자의 불필요한 수고를 덜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전문을 싣다 보니 본서의 페이지 분량이 겉보기에 많아지는 결과가 되었지만, 실제로 외워야 할 키워드 문장만 발췌한다면(실제 이렇게 출간되는 수험서들도 있습니다), 본서의 실질적 분량은 훨씬 적다는 점도 인지하셨으면 합니다.
셋째, 출제 가능성 있는 법조문을 박스 처리하여 내용 시작 부분에 시각화했습니다.
객관식 출제 지문의 비중은 판례가 법조문보다 훨씬 많지만, 법학의 본질은 법률 규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법조문의 중요성은 단순한 양적 비중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법률 규정은 추상적·포괄적이지만 현실 분쟁은 구체적·개별적이다 보니, 각 규정에 대한 ‘해석’의 대립이 생긴 것이 법학의 본질이며, 그에 대한 최종적 해석기관인 대법원의 해석이 바로 판례인 것입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생각해보면, 법학 공부의 논리적 ‘출발’이 법조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위에서 판례의 구조로 설명한 A-B-C-D에서 ‘A 및 B’는 대부분 법 규정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수험생이 중요한 법조문을 정확히 학습하는 것은 판례에 대한 이해도를 훨씬 높여줄 것이고 때로는 판례 학습을 위한 필수적 전제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민법을 처음 1회독 할 때는 모든 판례의 암기에 치중하기 보다는 중요한 법조문의 학습을 우선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독이 늘어나고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판례 학습에 치중해야 하므로, 1회독 이후에는 법조문을 학습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넷째, 기본적 설명은 오히려 압축적 문장을 사용하여 학습 효율을 높였습니다.
본서의 핵심적 학습 대상은 법조문과 판례지만, 법조문과 판례만 나열한다면 머릿속에 민법 체계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고, 이를 형성해주는 것이 바로 정의, 취지, 요건, 효과 등의 목차로 구성된 기본적 설명입니다. 그런데 기본적 설명도 ‘교과서식 문장’으로 서술하게 되면 분량도 너무 많아지고 최종적인 주요 학습 대상인 법조문과 판례를 학습할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과거 20세기에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법학을 독학(獨學)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 경우는 교과서의 문장을 10회독씩 반복해서 읽었지만, 이제는 독학을 하는 경우는 아예 찾기 힘든, 강의 수강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음은 기정사실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학습자의 성향 변화가 아니라 판례의 분량과 깊이가 비교할 수 없이 많아진 필연적 결과입니다. 가령 과거에는 민법에서 200개의 판례를 공부하면서 기본기를 다졌지만, 지금은 민법에서 1,000개가 넘는 판례를 외워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학습자가 설명하는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가 어느 순간 비로소 깨달음(?)에 도달하는 과거의 방식이 아닌, 강의를 통하여 바로 기본적 내용의 이해를 얻은 뒤 법조문과 판례 학습에 집중하는 방식이 필수가 되었고, 그렇다면 기본적 설명은 강의 교안의 역할로서 간명하게 정리된 것이 수험 효율을 훨씬 높여줄 것입니다. 이는 로스쿨, 변호사시험 강의에서 저의 교재와 강의 방식 중 가장 많이 호응을 받고 또 가장 좋은 결과로 검증되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10년간 변리사시험 기출문제를 모두 분석한 후 시인성 높은 표시를 하였습니다.
기출문제의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아실 것입니다. 본서는 10년간 변리사시험에 기출된 모든 지문을 철저히 분석한 뒤, 본서의 법조문, 판례, 기본적 설명 등 곳곳에 눈에 매우 잘 띄는 마크로 시각화하였습니다. 물론 변리사시험은 기출문제가 계속 반복해서 출제되고 있지는 않으며, 새로운 지문, 최신판례의 비중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기출문제를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향후 예상문제를 예측함에 있어서도 필수적 사항입니다. 학습 과정에서 자꾸 눈에 띄는 기출 마크는 어느새 학습자로 하여금 ‘아, 그러면 이 판례도 출제 가능성이 높겠네?’와 같은 예측 습관을 형성해나갈 것입니다. 물론 강의에서 예상문제를 매우 강조하겠지만, 학습자 스스로 쌓이는 예측의 습관과 능력은 의외로 교재의 시각적 효과에 크게 영향받는 측면이 있어, 본서 집필에 있어 기출 표시의 시인성 향상에 노력했습니다.
여섯째, 2023년 6월 30일까지 선고된 중요한 최신 판례를 모두 수록하였습니다.
최근 변리사시험은 최신판례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이 점을 반영하여 최근에 선고된 중요한 판례도 모두 수록하여, 본서에 수록된 대법원 판례는 총 1,031개가 되었습니다. 2025년 제62회 변리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께서는 본서와 별개로 제가 2024년 말에 정리하는 최신판례 추가 자료 역시 반드시 최신판례 강의를 통해 학습하셔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맺으며
저는 이제 본서를 가지고 변리사시험 수험생 분들을 만날 생각에 하루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본서에 미처 담지 못한 변리사시험 민법 과목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 가령 어떤 방식으로 읽고 외워야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것인지, 본서의 효율적인 밑줄이나 표기 방법, 각 시기별·회독별 본서를 학습하는 방식의 차이, 민법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등에 대하여는, 2023년 10월 하순에 개강하는 변리사 민법 기본 강의에서 모두 전해드리려 합니다. 해당 강의의 일정 기타 상세한 내용은 메가변리사 홈페이지의 안내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서가 나오기까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사법연수원 시절 변호사 정연석을 만들어준 은사(恩師)이신 이원형, 여미숙, 이현철 교수님, 주식회사 메가엠디의 윤용국 대표님, 강숙진 실장님, 심선미 팀장님, 김송이 대리님, 법무법인(유한) 정률의 박재명 대표님, 그리고 정말 많은 애를 써주신 이민주 변호사님, 이민경 조교님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수년째 방대한 민사법 이론과 실무에 관한 일상적 토론을 통해 언제나 커다란 즐거움과 많은 가르침을 주는 대학 후배 하상익 부장판사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도서출판 정독의 김중용 대표님, 심성보 이사님, 권형락 실장님께도 커다란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3. 10. 변호사 정연석 배상
PART 1 채권총론 제1장 서설 제2장 채권의 목적 제3장 채권의 효력 제4장 채권양도와 채무인수 제5장 채권의 소멸 제6장 수인의 채권관계 PART 2 채권각론 제1장 계약총론 제2장 계약각론 제3장 법정채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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