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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식민 지배로부터 막 벗어난 신생국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그들의 나라를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였을까? 그 무렵 최빈국 중 하나인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를 헌법적 원리로 받아들인 의지는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지만, 일제 강점기 및 광복 무렵의 자료에 비춰볼 때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이 패권적 전쟁 국가가 아닌 문화적 평화 국가를 기원하고 있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1948년 제헌 헌법 제19조는 “노령, 질병 기타 근로능력의 상실로 인하여 생활유지의 능력이 없는 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제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제헌 헌법의 복지국가 및 경제질서에 대한 구상은 그 동일성을 유지하며 현행 헌법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산업화, 핵가족화 및 고령화 과정을 거치며 복지국가 체계를 구축했다. 광복 직후의 내전 등 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사회보장 법제를 정비하고 소득 보장뿐만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사회서비스 제도를 확대하고 있는 점은 한국 사회보장법의 뚜렷한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와 함께 한국 사회보장 체계는 고용 형태의 다양화, 소득 양극화 및 인구구조의 불균형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즉 우리는 자신들이 만든 사회보장 제도의 과실(果實)을 즐기기도 전에 기존 제도의 모순과 새로운 도전을 해결해야 하는 중첩적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한국 사회의 성과물인 사회보장법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는 법학 연구물이다. 즉 이 책에선 오늘날 한국 사회보장법의 모습을 법학적 시각으로 살피고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법적 기초를 준비한다. 이를 위해 그 내용에 사회보장 법령뿐만 아니라 2010년대 이후 활발하게 진행된 사회보장법 학계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저자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위 목표를 모두 이루지 못한 채 해석론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견해가 있다는 정도를 부정확하게 소개하는 데 그치게 되었다. 다만,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점에 주력하였다.
첫째, 이 책은 법학서로서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과 사회보장수급권의 보장이란 관점에서 사회보장 관련 법제를 설명하였다. 즉 이 책은 다양한 사회보장 법령의 내용을 국민의 권리 보장이란 관점에서 간추리고 필요한 설명은 보완하였다. 관계 법령 중에서 행정청 내부의 절차 또는 기술적 사항을 정한 부분은 가급적 간략하게 서술하고, 국민이 행사하는 사회보장수급권의 내용은 법학적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였다. 둘째, 이 책은 사회보장법에 대한 개설서라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논의에선 헌법, 행정법 등 법학의 다른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복지학, 사회학, 경제학 등 타 학문의 연구 문헌을 참조하였다. 사회보장법을 ‘규범화된 사회정책’이라고 정의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사회보장법의 이해를 위해선 사회정책 관련 연구 문헌을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제한된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정책적 시각으로 사회보장법을 바라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셋째, 이 책은 법적 쟁점을 주로 다루지만, 다른 한편으론 한국 사회보장 체제가 해결해야 할 정책적 과제도 살피고자 노력하였다.
이 책은 사회보장기본법의 분류 방식을 원용해서 사회보장법을 크게 총론, 사회보험법, 공공부조법, 사회서비스법으로 구분해 서술한다. 제1편 총론에서는 우리나라 사회보장법의 역사, 사회보장법의 이념과 인간상, 사회문제와 사회정책의 출현 배경, 복지국가의 의의와 새로운 과제, 헌법상 사회적 기본권 규정, 사회보장법의 의의ㆍ기능ㆍ체계, 사회보장기본법 등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사회보장법의 형성 배경과 학문적 특성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제2편 사회보험법에서는 이른바 4대 사회보험 관련 법제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을 살핀다. 제3편 공공부조법에서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기초연금법,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제4편 사회서비스법에서는 사회복지사업법, 노인복지법, 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아동수당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연금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을 검토한다. 제4편에선 2000년대 이후 변화된 사회서비스법의 모습을 소개하려 노력하였다. 법학서로서 사회보장법 문헌들은 관련 판례가 누적된 사회보험법과 공공부조법 중심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사회서비스법 분야는 적게 다뤄지곤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사회서비스법 분야에서 많은 법률이 제ㆍ개정되고 다양한 정책과 쟁점이 논의되었는바, 법학적 관점에서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사회보장 법령의 모든 내용을 다루지는 못했다. 따라서 사회보장 법제와 행정의 구체적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각 법률의 세부 내용과 시행령, 행정규칙, 예규, 자치법규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또한 최신의 사회보장 법령을 반영하고자 노력했으나, 법령 개정이 빈번한 사회보장법제의 특성상 그 내용에 미흡한 사항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양해를 구한다. 사회보장법을 다루는 이상 이 책이 일반 법학서와는 다른 가치와 원리에 기반하여 서술된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이기심보다는 공동선, 사회연대, 인간으로서 존엄 등에 대한 존중을 통해 사회법으로서 사회보장법은 불완전한 체제인 시장경제를 지탱하고 민주주의를 방어한다.
저자의 다른 연구물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사회보장법 연구 공동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여러 모임에서 초심자인 저자를 동료로서 포용하고 조언과 격려를 해 주신 선ㆍ후배 연구자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항상 따뜻한 시선으로 후배 연구자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주신 고 이흥재(서울대), 김인재(인하대)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삼가 두 분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두 분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고 곁에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던 은혜를 이제 갚을 방도가 없어 슬프고 분하기만 하다.
원고 작업을 하면서도 법학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출판을 망설이기도 했으나,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주신 도서출판 정독의 격려 덕분에 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깊이 감사드린다.
2026년 6월 도재형
[ 목 차 ]
제1편 총 론
제1장 서 론
제2장 사회정책과 복지국가
제3장 복지국가의 새로운 지평
제4장 복지국가 원리와 사회적 기본권
제5장 사회보장법의 의의, 기능 및 체계
제6장 사회보장기본법
제2편 사회보험법
제7장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장 고용보험법
제9장 국민연금법
제10장 국민건강보험법
제11장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편 공공부조법
제12장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13장 긴급복지지원법
제14장 기초연금법
제15장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제4편 사회서비스법
제16장 사회복지사업법
제17장 노인복지법
제18장 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장 아동복지법
제20장 장애인복지법
제21장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2장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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