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판 머리말에 적시한 것처럼 12⋅3 비상계엄선포는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집권한 권력자가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스스로 벌이는 쿠데타, 이른바 ‘친위 쿠데타’(self-coup)라 할 것입니다. 2025년은 이러한 ‘친위 구데타’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평가 및 법적 단죄(斷罪)가 진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가히 ‘헌법의 국민속으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에게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의를 크게 각인시켜준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25년 공익법률지원으로 영광된 상을 2개나 받았습니다.
먼저, ‘제8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법률공익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아래는 주최측의 선정 이유와 관련된 기사입니다(“다문화자녀 ‘이름 5자 벽’깨다”, 머니투데이 2025.12.13.자).
『한국 국적 남성 김모씨와 포르투갈 국적 여성 피레스씨는 결혼해 아들을 낳아 포르투갈에 ‘크리스티아누 피레스 김’으로 출생신고를 한 후, 한국 대사관에 ‘김 크리스티아누’로 제출한 출생신고서는 반려됐다. 외국인 부-한국인 모 사이 출생자는 이름자 5자를 넘길 수 있었지만, 외국인 모-한국인 부 사이의 출생자는 이름자 5자를 넘길 수 없다는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때문이었다. 당장의 여권발급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김 크리스티아’로 출생신고를 마친 부부는 ‘김 크리스티아누’로의 개명신청을 원했지만, 다시 불허될 것을 우려해 법무법인(유) 세종 공익법률지원센터에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사건을 맡은 김광재 변호사는 신속한 구제를 위해 재판을 통해 해당 예규의 위헌·위법성을 다투는 것과 별개로 예규 자체를 바로 개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우선 김변호사는 언론 기고를 통해 해당 대법원 예규가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출생등록될 권리,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주장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었다. 2주 뒤 대법원 담당자에게 해외 입법례를 분석한 예규 개정안을 제출했다. 성별이나 부모 국적에 따라 이름을 기재할 수 있는 문자 수가 제한되는 것은 다른 나라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을 지적하며 대법원 스스로 예규를 개정하도록 촉구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김변호사의 문제제기를 즉각 수용해 전격적으로 해당 예규를 개정해 시행했다. 의뢰인과 같이 외국인 모-한국인 부 사이에 태어난 자녀의 이름이 5글자를 넘더라도 출생⋅개명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예규 개정은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등록하지도 사용하지도 못해 고통받았던 수많은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의 온전한 이름을 되찾게 했고, 성평등에도 기여했으며,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변호사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8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법률공익대상’을 수상했다.』
다음으로, ‘2025년 헌법재판소 모범 국선대리인’ 표창을 받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선정이유를 『김광재 변호사는 국선대리 사건을 맡아 청구인이 폭행 및 모욕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사건 내용에 대한 경위, 당사자의 진술,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 등을 충실하게 분석하여 청구서를 제출하는 등 청구인의 권리구제에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상을 받고자 공익활동을 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수상자라는 책임감이 공익법률지원의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2005년 초판 출간 이래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헌법 교과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 책에 보내준 독자들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저자로서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더 완벽한 헌법 교과서의 집필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이번 2026년판에서는 2025년 12월 말까지 선고된 판례 및 제⋅개정된 헌법부속법률 등을 반영하고 저자의 관점에서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개고(改稿)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헌법 표준판례 334선〉 및 2023년 8월 개정판을 모두 반영하면서 독자들이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하였고, 2025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선고된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례 중 헌법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을 정리⋅반영하였습니다.
둘째, 정부조직법, 국회법, 계엄법 등 2025년 12월 말까지 제⋅개정된 헌법부속법률 등을 정리⋅반영하였습니다.
셋째, 변호사시험, 법원행정고시 등의 기출지문을 분석하여 반영하였고, 최근 헌법학계에서 논의된 쟁점 등을 정리하여 부족한 내용을 수정⋅보완⋅추가하였습니다.
공자님은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즉 “배우기만 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고 하였습니다. 배움과 사색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는데, 헌법공부도 마찬가지로 ‘배움 → 사색 → 배움 → 사색 …’의 조화로운 무한 반복을 통하여 배움이 사색으로 정리되고 나의 언행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내 삶이 바뀌며,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헌법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수험생에게는 합격의 영광도 함께 가져오기를 기원합니다.
2026년 1월 12일
법무법인(유) 세종 사무실에서
金光在
‑추신(追伸)‑
작년 초에 인생의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아버님이 귀천(歸天)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일평생 부모님을 곁에서 극진히 모신 효자로서, 4남 1녀 자식을 잘 키워주신 아버지로서,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논밭을 하나하나 장만하시어 일군 농부로서, 사서삼경을 공부하고 실천하신 유학인으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항상 삶에 최선을 다하신 말로 이루 표현하기 어려운 훌륭한 분이셨고, 그런 아버님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삼고 본받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가 되어주신 아버님께, 그리고 평생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시다가 지난 2019년 따뜻한 봄날 귀천하신 어머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